2부 문화
신뢰
“네가 나를 속인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가 너를 더 이상 믿지 못한다는 사실이 내게 충격을 줬다.” - <선악의 저편> #183▲ 현대적으로 읽기: 네가 거짓말을 해서 화가 난 게 아니다. 다시는 널 믿지 못하고 존경할 수 없어서 화가 난 것이다.
신뢰는 비즈니스 관계의 기본이며, 누군가가 특정한 행동 기준을 일관되게 따를 것이라는 기대다. 속임수는 그 기준에 위배된다. 법적 계약은 사업 관계의 일부 요소를 규정할 수 있지만, 모든 우발 상황을 커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동기 부여가 되거나 긍정적인 운영 방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
모든 비즈니스 관계(투자자, 공급업체, 고객 또는 직원과의 관계)의 초기 단계에서는 상대방이 기대하는 행동 기준을 알지 못하며, 그들도 당신의 행동 기준을 모른다. 대신 사람들은 이러한 기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반이 감지될 때까지 기다린다. 경험 많고 이성적인 사업가들은 이런 상황에 놀라거나 화내지 않는다. 지독하게 악랄한 행동이 아닌 이상, 의도적인 기만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직장에서 좋은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신뢰와 이해는 시간과 비례해 커진다. 당신이 신뢰할 수 있는 패턴을 보이거나 상대방이 자신의 기준을 설명할 때, 상대방은 당신에게 일관성을 기대하게 된다. 이때 더 심한 기만이 발생할 수 있다. 관계를 맺은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당신이 확립된 기준이나 패턴을 위반한다면 상대방은 그것을 진정한 기만으로 여길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당신을 믿지 않을 것이고 당신은 신뢰를 잃게 된다. 그들은 아마도 더 이상 당신과 함께 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관계의 미래에 품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그런 기만이 결코 고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전하고, 즉각적이고 완전한 시정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당신이 반드시 취해야 하는 행동이 2가지 있다.
첫째, 먼저 사과를 해야 한다. 당신이 한 행동의 기저에 깔린 가정을 설명하고, 업무 관계에 거는 기대를 어떻게 오해했는지 이야기하자. 당신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이야기는 해주지 않으셨잖습니까?”라고 말하기보다. “제가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둘째, 상대방의 기분이 풀릴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 그러려면 돈이나 명성 면에서 개인적으로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황을 완전히 복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할 지속적인 의무가 주어진다. 그렇다고 해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상대는 처음 발생한 기만을 책략처럼 느낄 테고, 한동안 당신의 사과와 시정 조치를 추가적인 책략으로 의심할 수 있다.
그런 보상은 니체가 여기서 말한 내용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 기만 자체에 화가 난 것이라면, 기만은 이미 발생했기 때문에 구제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상대방이 더 이상 당신을 믿을 수 없어서 화를 낸다면, 그건 순전히 실수였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그 믿음을 회복할 수 있다.
만약 그 기만이 무심코 저지른 것이 아니거나 이런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그 관계의 끝은 고행의 시작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어떤 이들은 적극적으로 당신을 비난할 테고, 어떤 이들은 질문을 받을 때만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당신을 더 이상 믿지 않는 이들은 애매모호하게 표현된 언어, 숨겨진 제안, 눈에 띄는 누락 등을 통해 그 사실을 드러내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결국 소문이 퍼지고 당신의 평판은 나빠진다.
니체의 잠언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신뢰를 깨뜨렸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암시한다. 한 학설에 따르면,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관계에 보다 개방적이기 때문에 더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즉각 집 열쇠와 당좌예금카드를 쥐여 준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그들은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다만 변호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절차적 규정에 의지하기보다 긍정적인 업무 관계에 더 의존한다는 이야기다. 신뢰를 주는 방법과 얻는 방법 모두를 깊이 생각하고 실험해야 한다.
집단 사고
“광기는 개인에게는 드문 일이다. 그러나 집단, 당파, 민족, 시대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 <선악의 저편> #156▲ 현대적으로 읽기: 사람들은 평소에는 스스로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만, 조직적인 집단을 이루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협력은 조직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 팀원들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협력을 합의와 같은 것이라고 혼동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협력은 행동에 관한 것인 반면, 합의는 믿음과 의견에 관한 것이다. 협력은 모든 사람이 회사가 하는 일에 동의하지만 그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합의가 된 상황에서는 협력을 이루기가 훨씬 쉽다.
협력과 합의를 구분하지 못하면 회사는 반향실(反響室)이 되어 버린다. 당신은 자신의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만 고용할 테고, 고용을 원하는 사람들은 그 견해만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카리스마를 발휘해서 자신의 견해를 강화하고, 동질성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집단 내의 압력이 합의되지 않은 견해를 밀어낼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와 같은 반향을 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 ‘집단 사고’는 그렇게 발생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즐겁고 생산적인 상태로 여긴다. 이제 협력은 간단한 문제다. 반대 의견을 제거하면 극적인 요소가 줄어들고 사람들은 논쟁이나 정치 공작 대신 자기 일에 집중하게 되며 고객과 투자자에게 손쉽게 공동전선을 제시할 수 있다. 또 부가적인 노력을 많이 기울이지 않고도 일관된 문화 스타일을 개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문제는 당신의 견해가 틀렸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점이다. 사업은 가설을 확실하게 검증하기 힘든 불완전한 정보가 많은 환경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당신의 견해가 완벽하게 정확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대부분 맞을 가능성도 중간 정도밖에 안 된다. 당신의 견해가 대부분 옳다고 하더라도 그건 특정한 순간에만 그럴 것이다. 세계, 시장, 그리고 제품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오늘 올바른 견해가 내일은 오류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집단 사고 환경은 코일 스프링이나 자이로스코프 같은 작용을 한다. 방향을 바꾸려고 아무리 시도해도 그걸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강력한 힘 때문에 무산되고 만다. 당신은 결국 하나의 잘못된 방향을 추구하도록 완벽하게 조율된 조직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거나 시장이 변해도 집단 사고의 관성은 새로운 정보에 저항한다.
니체는 이런 일이 얼마나 쉽게 일어나는지 알려 준다. 일치된 관점은 이성이나 현실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적 압박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광기’다. 게다가 사람들은 주변의 모든 사람이 같은 견해를 가지면 열성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앨런 그린스펀은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의 주식시장을 ‘비이성적인 과열’이라고 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완벽하게 이해되지만,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미친 짓처럼 보이는 것이다. 집단과 조직이 일관된 의견 집합으로 수렴되는 경향은 애초에 집단이 형성되면 생기는 당연한 결과다. 이를 피하려면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해야 한다.
집단 사고로 흐르는 경향을 거스르려면 반대 의견을 허용하는 조직 문화를 개발하고 강화해야 한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양한 의견을 장려하자. 결정을 내린 후에는 의견 차이를 줄이고, 다들 그 결정을 지침 삼아 작업에 임해야 한다. 보상, 승진, 계약 종료는 적절한 행동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가 강하게 반대할 때, 그들의 협력과 앞으로의 의견 일치에 대해 감사를 표해야 한다.
-북도시락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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